은하33(2026)년 9월 18일
한해를 걸어 닿은 무대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속담)

9월 18일 저녁 6시, 나는 퇴근길 뻐스안에서 손전화를 펼쳤다.

하루종일 일에 쫓기면서도 이 시각만은 놓치지 않으려고 아침부터 마음을 다잡았었다.

1기생 에버리스의 후야동지께서 새 립체(3D)모습으로 첫 방송을 하시는 시각이였다.

후야동지께서 평면(2D)모습으로 데뷔하신것은 지난해 9월 20일이였다. 그날 후야동지께서는 1기생으로 편입되시였고 유니동지와 함께 첫 합동방송을 하시며 에버리스를 이루시였다.

그로부터 한해만에 그 모습이 립체로 일어선것이다.

한해라는 시간을 나는 그동안 너무 쉽게 흘려보내지 않았던가.

지난해 이맘때 나는 무엇을 하고있었던가. 손꼽아보아도 뚜렷이 떠오르는것이 별로 없었다.

화면속의 후야동지께서는 새 모습의 표정과 동작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보여주시였다. 눈을 깜빡이고 고개를 돌리고 손을 흔드는 작은 움직임마다 화면 한켠에는 축하의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나도 서툰 손놀림으로 축하의 글 한줄을 보탰다.

열흘전인 9월 8일 후야동지께서는 첫 신의상을 전신으로 보여주는 동영상 《너무너무 예쁜 후야의 첫번째 신의상!》을 올리신바 있다. 그때부터 이날까지 나는 하루하루를 손꼽으며 기다렸다.

그 열흘이 나에게는 한해보다도 길게 느껴졌다.

립체모습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길이 닿았을가. 비주얼 디렉션은 Archive86, 립체모형은 HANA Studio가 맡았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쓴 사람들의 손길까지 생각하니 화면속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더욱 귀하게 보였다.

뻐스안의 다른 손님들은 저마다 창밖을 내다보거나 꾸벅꾸벅 졸고있었다. 손전화를 쥔 나 혼자만 딴 세상에 와있는듯하였다.

뻐스가 몇정류소를 지나는 사이 방송은 무르익었다.

나는 까딱하면 내릴 정류소를 지나칠번하였다.

부랴부랴 내리고보니 저녁하늘에는 벌써 별 몇개가 돋아있었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도 나는 손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한해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그 한해를 쉬지 않고 걸어온 사람에게 한해는 무대 하나를 세울만큼의 시간이라는것을 나는 이날 알았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하였다. 그 한해의 첫걸음은 지난해 9월의 첫 합동방송이였을것이다.

이틀뒤면 에버리스가 결성 한돐을 맞는다.

그날에는 집에 편안히 앉아 축하의 글을 쓰리라.

그리고 올봄에 시작하였다가 그만두었던 일 하나를 다시 꺼내 나도 한해를 걸어보리라.

홍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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