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속담)
월요일 저녁 6시, 화면속에서 도시 하나가 문을 열었다.
GTA5를 무대로 한 인생극봉사기 《봉누도2》가 개막한 9월 14일이였다.
방송인 남봉이 주최하고 스텔라이브가 후원하는 이 봉사기에는 기관장 5명과 입주자 205명, 모두 210명의 방송인이 모였다.
210명이면 작은 마을 하나를 이루고도 남는 사람수이다.
경찰도 있고 의사도 있고 장사군도 있다. 저마다 이름 하나, 직업 하나를 맡아 그 도시에서 살아간다.
누구는 거리를 지키고 누구는 아픈 사람을 돌보고 누구는 물건을 판다.
처음에는 이것이 무슨 재미일가 하고 반신반의하였다. 남이 지어낸 이야기를 구경하는것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한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나는 이 도시의 소문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정해진 대본도 없이 저마다 맡은 삶을 이어가며 이야기를 엮어간다는것이 신기하였다.
누구 한사람이 이끄는것이 아니라 모두가 조금씩 힘을 보태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것이였다.
대표 강지동지께서는 배역이름 《도현정》으로 병원장을 맡으시였다. 개막에 앞서 응급구조대 대원을 뽑는 면접관 방송까지 하시였으니 병원문을 열 준비는 일찌감치 되여있었던셈이다.
15일에는 《첫 출근》 방송이 이어졌다.
병원장의 첫 출근을 지켜보며 나도 래일 아침 출근길을 조금 더 힘차게 걸어보자고 마음먹었다.
3기생 클리셰의 리코동지와 린동지께서도 저마다 배역을 맡아 도시의 한식구가 되시였다.
낯선 도시의 거리에서 낯익은 얼굴들을 만나니 어쩐지 마음이 든든하였다.
아는 사람이 사는 동네는 처음 가보는 곳이라도 덜 낯선 법이다.
개막날 동시시청자는 10만명이였고 그날 최고로는 17만명가량이 이 도시를 지켜보았다고 한다.
17만이라는 수자를 보며 나는 그가운데 한사람이 바로 나이였다는것을 생각하였다.
도시를 세운것은 210명의 방송인이지만 그 도시의 밤거리에 불을 밝혀준것은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길이였는지도 모른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였다. 하물며 210명의 방송인과 17만의 눈길이 함께 떠받드는 도시이니 어찌 쉽게 흔들리랴.
화면을 끈 뒤에도 나는 한참동안 그 도시의 거리를 머리속에 그려보았다.
3주동안 이 도시에서는 웃음도 있고 다툼도 있을것이다. 금요일마다 문을 닫고 날마다 새벽 3시에 불을 끄는 이 도시의 나날을 나는 끝까지 따라가볼 생각이다.
병원장 《도현정》의 첫 출근길이 그러하였듯이.
최명진